머리말

순검(巡檢)이란 우리나라 근대적 의미의 경찰인 대한제국의 신식경찰 중 최하위 계급을 말한다.

순검이라는 용어의 사전적 의미는 “순찰하면서 살피고 단속하는 일”이다. 이러한 의미의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82년 11월 15일 김옥균이 작성한 ‘치도약칙(治道略則)’에서 조선의 도로정비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이와 함께 근대적 경찰제도인 ‘순검제도’를 구상하면서 비롯되었다.

그 후 제1차 갑오개혁 당시인 1894년 7월 14일 근대적 경찰제도를 시행하기 위하여 ‘경무청 관제직장(警務廳 官制職掌)’을 제정하면서 경찰 관직 중 최하위 계급으로 명시하였다. 이때부터 ‘순검’은 우리나라 근대적 경찰의 대명사처럼 호칭하였다. 그러나 을사늑약 이후 한국경찰의 실권을 장악한 일본에 의해 1907년 7월 27일 경찰관서명과 계급 명칭이 일본식으로 개칭될 당시에, 순검은 순사(巡査)로 명칭이 바뀌면서 그 용어가 사라졌다.

그러므로 ‘순검’이라는 용어는 조선의 개화기에 등장하여, 대한제국 말기까지의 근대적 경찰을 가리키는 통칭(通稱)이었다. 따라서 ‘순검실록(巡檢實錄)’이란 우리나라 근대적 경찰제도에 관하여 서술한 ‘근대 경찰사(警察史)’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근대적 경찰제도는 언제 어떤 요인들에 의해 시작되었고 어떠한 과정으로 진행되었을까? 이 책은 이러한 의문점에서 출발하였다.

경찰은 국가나 사회조직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권력 작용이라는 점에서, 그 시대의 국가나 사회조직의 성격과 제도에 따라 각각 그 내용을 달리하는 시대성과 역사성을 띠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찰제도는 역사적으로 조선 시대 이전에는 순라(巡邏), 포도(捕盜), 금란(禁亂) 등의 개념으로 군사행정이나 사법행정에 혼재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조선 시대에는 한성(漢城) 내의 포도(捕盜)와 야순(夜巡)을 주 업무로 치안을 담당하는 포도청(捕盜廳)이 어느 정도 독립된 경찰기구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형조나 한성부 등과 일부 경찰업무가 여전히 혼재된 상태로 갑오개혁 이전까지 존재하여 오면서 근대적인 의미의 경찰제도로까지 발전하지는 못하였다.

우리나라 근대적 경찰제도는 갑오개혁의 일환으로 실시한 신관제(新官制) 개혁과 더불어 종래의 좌우포도청을 합설(合設)하여 경무청(警務廳)을 발족하고, 서울인 한성 내의 일체 경찰사무를 담당하면서 외형적으로 이 시기에 갖추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갑오개혁의 시발은 일본의 내정개혁 요구로 이루어졌으며, 그 일환으로 근대적 경찰제도가 시행되었기 때문에 일본의 경찰제도가 그대로 이식되었다는 잘못된 인식이 이제까지 일반화되어 있었다.

반면, 근대적 경찰제도가 어떠한 배경과 경로를 따라 우리나라에 소개되고 그 시행을 위한 구상과 노력의 과정은 아예 무시되어 왔다.

비록 우리나라 근대적 경찰제도의 시작은 일본의 경찰제도를 모델로 하였더라도, 일본에 의해 타율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개화세력들에 의한 구상과 노력들이 갑오개혁기에 이르러 비로소 결실을 본 것이라는 점을 이 책에서는 강조하고자 한다.

영국의 역사학자 E.H. Carr는 ‘What is History?’라는 저서에서 역사학의 목표는 “단지 사실만 발견하고 보고하는 것보다는 사건과 인물의 원인과 결과, 근본적인 원리를 이해하고 설명해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갑오개혁 이전인 개화 초기에 근대적 경찰제도의 시행을 위한 개화세력들의 구상과 활동 과정을 고찰하여 이들의 실체를 부각시키고, 그 원인과 결과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그러므로 ‘순검실록’은 그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근대적 경찰제도의 소개와 자료수집 과정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이후 갑오개혁기의 근대적 경찰제도의 출범과 형성, 대한제국기의 그 전개, 그리고 일본의 경찰권 침탈로 인한 파국에 이르기까지 그 배경이 된 역사적 사건과 내용을 일자순으로 기록하고 설명하는 방법으로 구성하였다.

그러므로 이 책 내용의 시간적 범위는 1876년 병자수호조약 체결로 개항이 된 이후부터 일본에 의해 우리나라 경찰권이 완전히 침탈된 1910년까지 약 30여 년을 대상으로 하였다.

이 책의 저술을 위해 개화파 인사와 갑오개혁 추진 관료들의 저서, 그리고 이에 관한 학자들의 연구자료를 통하여 그들의 사상과 주장의 실체에 접근하였다. 또한 고종실록과 순종실록 등 실록을 중심으로 한 문헌과 관련 기록으로 고증하고 이를 집대성하였다.

이와 함께 이 책에서 역사적 사건 등의 일자를 표기함에 있어 1895년까지는 음력으로, 1896년 이후는 양력으로 하였다. 이는 우리나라가 1896년 1월 1일부터 공식적으로 양력을 사용하였고, 조선왕조실록 등의 사료(史料)들도 이를 기준으로 일자가 표기되어 있어 이에 따르고자 하였다.

당시에 사용하였던 각종 법령 규정이나 조약 등의 반포문에 표기된 난해한 한문체 문장은 독자들의 이해가 쉽도록 현대어로 바꾸어 표기하였다.

‘순검실록’으로 살펴보는 우리나라 근대적 경찰제도는 현대 경찰제도의 원형(原形)이며 기원(起源)이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며, 과거의 사실을 현실에서 직시하고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하여 우리나라 근대적 경찰의 역사를 반추(反芻)해 보는 것도 이러한 의미라고 생각된다.

· 1958년 포항 출생

· 동국대학교 사회과학대학원(행정학석사)
영남대학교 대학원(행정학박사)

· 1981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
2009년 총경으로 승진하여 청송·포항남부·
포항북부·영천경찰서장을 역임하였고,
재임 중 정부선정 모범공무원상,
대통령 표창, 근정포장, 근정훈장을 수상하였다.
경찰 정년 퇴임 후 영남대학교 출강과
포항시 시설관리공단이사장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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